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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HL만도에서 일어난 중대재해가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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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연락처 작성일26-08-19 03:38 관리자답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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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이라는 한 장관의 노력이 죽을 사람 수백명을 살린 것.”
지난 7월15일,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한 말이다. 올해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2022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로 나타나자 한 격려였다.
그런 대통령의 격려가 있은 지 일주일 뒤인 지난 7월22일, HL만도 평택공장에서 28세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 자동차 제동장치를 생산하는 설비(MCT)를 정비하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설비에는 인터록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MCT 11호기와 12호기를 각각 정비하던 두 하청업체의 작업을 지휘할 작업지휘자(안전관리자)도 없었고, 2인1조 작업도 지켜지지 않았다. 장비 뒤쪽 쪽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 작업 중임을 알리는 작업표시줄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만약 기계설비에 인터록이 있었다면? 작업지휘자가 있었다면? 작업표시줄이 설치돼 있었다면?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생략된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그래서 이 사망사고는 사실은 ‘사건’이었다. 우연히 일어난, 불행한 일이 아니라 이미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이었다. 필연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김승모, 1998년생, 청년 노동자가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죽지 않았다고? 그들은 단지 운이 좋아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 뿐이다.
안전 요구 무시…또 ‘구조적 요인’
산업재해든 사회재난이든 일어날 수밖에 없던 구조적인 원인을 갖고 있다면 언제건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건은 일어난다. HL만도에서도 그런 구조적 원인이 있었다. 정년에 달한 노동자들이 매년 100명씩 퇴직해도 신규채용은 이뤄지지 않아서 초고령 현장이 되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던 일은 불법 파견, 불법 하도급으로 보이는 하청업체들에 넘겨졌다. MCT 정비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던 일이었는데 ‘위험의 외주화’ 결과로 만도 퇴직자가 꾸린, 전 직원 4명의 하청업체가 담당했다. 이들은 현장에 상주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시간대에 출근하고 퇴근했다.
사건 당일, 원청인 HL만도의 작업지시를 받는 두 개의 하청업체가 MCT 11호기, 12호기를 맡아서 각자의 일을 했다. 이날 HL만도 측은 갑자기 작업기간을 2일이나 단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안전시스템이 무너졌고, 10년 전에도 같은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노동조합의 안전 요구를 무시한 결과였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김승모 노동자의 사망 뒤에 일어났다.
사건 이틀 뒤 형식적인 사과문을 게재하고 곧바로 기계를 재가동하려 했다. 원청인 HL만도는 노동조합과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회사의 책임 있는 인사들의 노동현장 조문 시도와 유가족 회유에 골몰했다. 그러다보니 노사가 한자리에 마주 앉아 논의해야 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결국 파행되고 말았다. 지난 8월7일 이뤄진 경찰과 노동부 평택지청의 현장 압수수색도 의심만 증폭시켰다. 사고현장 압수수색만 했을 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진행되지 않았다. 보여주기식, 꼬리 자르기식 압수수색이라고 보기에 충분했다.
이런 정황 속에서 김승모 노동자의 유가족과 노동조합 등은 장례를 미룬 채 시민사회단체들과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몽원 회장의 사죄와 위험의 외주화 중단, 노동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원청인 HL만도와 노동조합이 함께하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어느 것 하나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지난 3월10일 시행된 노조법 제2조 제2호는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도 사용자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HL만도에서도 실질적 사용자인 사측과 노동조합이 교섭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대재해에 대한 단호한 처벌 의지를 실제로 보여주는 동시에, 노란봉투법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 초심의 결기 보여야
산업재해가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말했듯이 더 줄여야 한다. 지금도 산재는 너무 많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만 있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도 적지 않다. 그러니 김영훈 장관이 다시 처음의 “직을 걸겠다”는 결기로 김승모 사건 해결부터 팔을 걷어붙이길 바란다. 28세 청년 노동자 김승모가 사망한 지 벌써 28일째, 그의 장례는 중단된 채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한국 사회에서 기간제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16일 나왔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1~7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4%가 기간제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는 응답이 29.7%, ‘그런 편이다’라는 응답이 50.7%였다.
고용형태별로는 임시직 노동자의 84.6%가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해 상용직(80.3%)보다 4.3%포인트 높았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가운데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한 비율도 84.6%에 달했다. 노동시간이 길거나 연령이 높을수록 차별이 존재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기간제 노동자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 법적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다고 보는 응답자는 65.6%였다.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다는 응답은 34.4%에 그쳤다. 기간제 노동자가 자유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노조를 만들기 어렵다는 응답도 64.2%에 달했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상담 사례에서는 기간제 노동자가 계약 갱신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당한 대우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드러났다. 공공기관에서 연구직으로 일하는 A씨는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잘 받으려면 상급자의 갑질을 견뎌야 한다”며 “한 번 찍히면 중요한 업무를 배정받지 못하고, 배정받은 업무에 따라 성과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정부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노동자 B씨는 “계약상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도 오후 7시 이후까지 일해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을 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관은 근무시간을 조정해주지도 않고, 돈이 없으니 초과수당 지급은 안 된다며 알아서 적당히 주 40시간을 맞추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수당’이 정규직과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공정수당은 1년 미만의 단기계약으로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에게 계약 종료 시 근무기간에 따라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응답자의 48.4%는 공정수당으로 임금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업장 규모가 작거나 연령이 높고 고용이 불안할수록 공정수당의 실효성을 낮게 평가했다.
강민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기간제 노동자들은 이미 차별과 고용불안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메가특구를 이유로 기간제 사용 기간까지 연장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불안과 고통을 장기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메가특구특별법(가칭)을 통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특구 내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화장품·먹거리 부스마다 긴 줄홍대·명동 등 서울 관광지 테마해외 팬들 “한국 모든 것에 관심”세분화된 기초화장품 등 차별화품질 향상시켜 지속적 소비 유도중기 40곳도 참여해 제품 홍보
“BTS를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이젠 한국 제품 자체가 좋아서 사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LA 컨벤션센터 앞에서 만난 멕시코계 미국인 아리스(32)는 한국 화장품을 계속 구매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사는 그는 이날 CJ ENM이 주최하는 ‘KCON’(케이콘)을 관람하려고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왔다. 올리브영의 분홍색 타폴린 백을 든 그가 KCON을 찾은 것은 올해로 3년째다.
한국과 아리스의 인연은 2018년 BTS로부터 시작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의 관심사는 K팝에 머물지 않는다.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은 전부 한국 화장품이고, 떡볶이와 김치찌개,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는다. 김치는 매일 먹는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국에 사는 강사에게 화상 교습을 받는다. 내년 4월엔 첫 한국 여행도 계획 중이다.
아리스의 영향으로 어머니도 삼겹살과 한국 화장품에 빠지게 됐고, 친구들 역시 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한국 음식과 화장품을 접하기 시작했다. 아리스는 “BTS 이후로 미국인들이 화장품, 음식, 옷 등 한국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부가 민감한 편인데 한국 화장품이 내 피부에 잘 맞는다”며 “지금은 문화뿐 아니라 제품 자체가 좋아서 산다”고 했다.
14~16일 LA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KCON에서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향한 관심과 화장품·음식 등 제품에 대한 소비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K콘텐츠가 외국인이 한국 제품을 처음 접하게 하는 입구가 되고, 이후에는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소비를 이어가게 하는 모습이었다. 동시에 한국 스타들과 콘텐츠가 형성한 한국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제품 선택에 여전히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15일 찾은 LA 컨벤션센터에는 10~30대 여성이 가장 많아 보였고, 백인과 라틴계,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화장품 브랜드 부스마다 경품과 제품 체험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비비고·뚜레쥬르 등 먹거리 부스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뿐 아니라 햇반, 고추장 등 한국 소스, 치킨, 김치 등을 앞세워 지난해 5조원 가까운 매출을 미국에서 올렸다. 미국 전역에 2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의 뚜레쥬르에선 현지의 식사용 빵과 차별화하는 한국식 생크림 케이크(클라우드 케이크)와 우유크림빵, 단팥빵, 김치크로켓, 꽈배기도넛 등이 인기다.
곳곳에 마련된 크고 작은 무대에서는 K팝 아이돌이 관객과 만났다. 행사장 메인을 차지한 올리브영 페스타는 가운데에 실제 올리브영 매장을 구현하고, 주변은 홍대·명동·성수·강남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관광지를 테마로 꾸몄다.
미국 올리브영에 입점한 55개 브랜드가 모였다.
실제 매장에서처럼 피부 상태를 측정해 제품을 추천하는 ‘스킨 스캔’, 퍼스널컬러를 진단하는 ‘마이 컬러 바이브’ 등 체험 코너가 특히 인기였다.
K팝 팬으로 시작해 한국 상품으로 관심이 넓어졌다는 브리아나와 사바나는 한국에서 피부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K뷰티를 접하면서 내 피부 유형에 어떤 제품이 맞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한국 화장품은 특히 선크림, 클렌징폼, 마스크팩, 세럼·에센스 등 세분화한 기초화장품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4일 올리브영 미국 1호점인 패서디나점에서 만난 브룩은 K뷰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로 ‘글라스 스킨’, 즉 ‘유리같이 맑고 투명한 피부’를 꼽았다.
브룩은 제품을 한 번 써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한국 여행 때 올리브영에서 산 클렌저와 보습제가 다 떨어지자, 미국에 올리브영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색조화장품 위주인 현지 제품과 차별화한 한국 화장품의 강점이 지속적 판매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하층에 마련된 ‘K-컬렉션’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서 지원받은 뷰티·식품·패션·생활용품 업종 중소기업 40곳이 부스를 차렸다. 참가 업체들은 잠재적 해외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홍보하는 동시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도움으로 해외 바이어들과 사업 상담도 진행한다.
화장품 브랜드 아리얼(Ariul)도 ‘K-컬렉션’에 참여한 중소기업 중 하나다. 스킨케어 제품이 강점인 이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최근 연 20% 이상 성장 중이다.
정기용 아리얼 미주사업본부장은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K뷰티로 인기가 이어졌다”며 “한국 화장품이 미국 제품에 비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해가 지자 관람객의 발길은 LA 컨벤션센터 맞은편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향했다. 이곳에서 KCON의 메인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콘서트가 3일 저녁 내내 열렸다. 공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응원봉을 든 팬들이 바닥에 앉아 입장을 기다렸다. 본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공연장은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낮에는 한국 화장품을 발라보고 한국 음식을 맛봤던 관람객들이 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가수의 무대를 즐겼다.
지난 7월15일,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한 말이다. 올해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2022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로 나타나자 한 격려였다.
그런 대통령의 격려가 있은 지 일주일 뒤인 지난 7월22일, HL만도 평택공장에서 28세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 자동차 제동장치를 생산하는 설비(MCT)를 정비하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설비에는 인터록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MCT 11호기와 12호기를 각각 정비하던 두 하청업체의 작업을 지휘할 작업지휘자(안전관리자)도 없었고, 2인1조 작업도 지켜지지 않았다. 장비 뒤쪽 쪽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 작업 중임을 알리는 작업표시줄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만약 기계설비에 인터록이 있었다면? 작업지휘자가 있었다면? 작업표시줄이 설치돼 있었다면?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생략된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그래서 이 사망사고는 사실은 ‘사건’이었다. 우연히 일어난, 불행한 일이 아니라 이미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이었다. 필연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김승모, 1998년생, 청년 노동자가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죽지 않았다고? 그들은 단지 운이 좋아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 뿐이다.
안전 요구 무시…또 ‘구조적 요인’
산업재해든 사회재난이든 일어날 수밖에 없던 구조적인 원인을 갖고 있다면 언제건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건은 일어난다. HL만도에서도 그런 구조적 원인이 있었다. 정년에 달한 노동자들이 매년 100명씩 퇴직해도 신규채용은 이뤄지지 않아서 초고령 현장이 되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던 일은 불법 파견, 불법 하도급으로 보이는 하청업체들에 넘겨졌다. MCT 정비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던 일이었는데 ‘위험의 외주화’ 결과로 만도 퇴직자가 꾸린, 전 직원 4명의 하청업체가 담당했다. 이들은 현장에 상주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시간대에 출근하고 퇴근했다.
사건 당일, 원청인 HL만도의 작업지시를 받는 두 개의 하청업체가 MCT 11호기, 12호기를 맡아서 각자의 일을 했다. 이날 HL만도 측은 갑자기 작업기간을 2일이나 단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안전시스템이 무너졌고, 10년 전에도 같은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노동조합의 안전 요구를 무시한 결과였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김승모 노동자의 사망 뒤에 일어났다.
사건 이틀 뒤 형식적인 사과문을 게재하고 곧바로 기계를 재가동하려 했다. 원청인 HL만도는 노동조합과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회사의 책임 있는 인사들의 노동현장 조문 시도와 유가족 회유에 골몰했다. 그러다보니 노사가 한자리에 마주 앉아 논의해야 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결국 파행되고 말았다. 지난 8월7일 이뤄진 경찰과 노동부 평택지청의 현장 압수수색도 의심만 증폭시켰다. 사고현장 압수수색만 했을 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진행되지 않았다. 보여주기식, 꼬리 자르기식 압수수색이라고 보기에 충분했다.
이런 정황 속에서 김승모 노동자의 유가족과 노동조합 등은 장례를 미룬 채 시민사회단체들과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몽원 회장의 사죄와 위험의 외주화 중단, 노동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원청인 HL만도와 노동조합이 함께하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어느 것 하나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지난 3월10일 시행된 노조법 제2조 제2호는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도 사용자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HL만도에서도 실질적 사용자인 사측과 노동조합이 교섭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대재해에 대한 단호한 처벌 의지를 실제로 보여주는 동시에, 노란봉투법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 초심의 결기 보여야
산업재해가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말했듯이 더 줄여야 한다. 지금도 산재는 너무 많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만 있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도 적지 않다. 그러니 김영훈 장관이 다시 처음의 “직을 걸겠다”는 결기로 김승모 사건 해결부터 팔을 걷어붙이길 바란다. 28세 청년 노동자 김승모가 사망한 지 벌써 28일째, 그의 장례는 중단된 채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한국 사회에서 기간제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16일 나왔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1~7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4%가 기간제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는 응답이 29.7%, ‘그런 편이다’라는 응답이 50.7%였다.
고용형태별로는 임시직 노동자의 84.6%가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해 상용직(80.3%)보다 4.3%포인트 높았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가운데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한 비율도 84.6%에 달했다. 노동시간이 길거나 연령이 높을수록 차별이 존재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기간제 노동자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 법적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다고 보는 응답자는 65.6%였다.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다는 응답은 34.4%에 그쳤다. 기간제 노동자가 자유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노조를 만들기 어렵다는 응답도 64.2%에 달했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상담 사례에서는 기간제 노동자가 계약 갱신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당한 대우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드러났다. 공공기관에서 연구직으로 일하는 A씨는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잘 받으려면 상급자의 갑질을 견뎌야 한다”며 “한 번 찍히면 중요한 업무를 배정받지 못하고, 배정받은 업무에 따라 성과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정부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노동자 B씨는 “계약상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도 오후 7시 이후까지 일해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을 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관은 근무시간을 조정해주지도 않고, 돈이 없으니 초과수당 지급은 안 된다며 알아서 적당히 주 40시간을 맞추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수당’이 정규직과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공정수당은 1년 미만의 단기계약으로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에게 계약 종료 시 근무기간에 따라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응답자의 48.4%는 공정수당으로 임금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업장 규모가 작거나 연령이 높고 고용이 불안할수록 공정수당의 실효성을 낮게 평가했다.
강민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기간제 노동자들은 이미 차별과 고용불안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메가특구를 이유로 기간제 사용 기간까지 연장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불안과 고통을 장기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메가특구특별법(가칭)을 통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특구 내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화장품·먹거리 부스마다 긴 줄홍대·명동 등 서울 관광지 테마해외 팬들 “한국 모든 것에 관심”세분화된 기초화장품 등 차별화품질 향상시켜 지속적 소비 유도중기 40곳도 참여해 제품 홍보
“BTS를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이젠 한국 제품 자체가 좋아서 사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LA 컨벤션센터 앞에서 만난 멕시코계 미국인 아리스(32)는 한국 화장품을 계속 구매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사는 그는 이날 CJ ENM이 주최하는 ‘KCON’(케이콘)을 관람하려고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왔다. 올리브영의 분홍색 타폴린 백을 든 그가 KCON을 찾은 것은 올해로 3년째다.
한국과 아리스의 인연은 2018년 BTS로부터 시작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의 관심사는 K팝에 머물지 않는다.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은 전부 한국 화장품이고, 떡볶이와 김치찌개,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는다. 김치는 매일 먹는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국에 사는 강사에게 화상 교습을 받는다. 내년 4월엔 첫 한국 여행도 계획 중이다.
아리스의 영향으로 어머니도 삼겹살과 한국 화장품에 빠지게 됐고, 친구들 역시 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한국 음식과 화장품을 접하기 시작했다. 아리스는 “BTS 이후로 미국인들이 화장품, 음식, 옷 등 한국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부가 민감한 편인데 한국 화장품이 내 피부에 잘 맞는다”며 “지금은 문화뿐 아니라 제품 자체가 좋아서 산다”고 했다.
14~16일 LA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KCON에서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향한 관심과 화장품·음식 등 제품에 대한 소비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K콘텐츠가 외국인이 한국 제품을 처음 접하게 하는 입구가 되고, 이후에는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소비를 이어가게 하는 모습이었다. 동시에 한국 스타들과 콘텐츠가 형성한 한국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제품 선택에 여전히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15일 찾은 LA 컨벤션센터에는 10~30대 여성이 가장 많아 보였고, 백인과 라틴계,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화장품 브랜드 부스마다 경품과 제품 체험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비비고·뚜레쥬르 등 먹거리 부스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뿐 아니라 햇반, 고추장 등 한국 소스, 치킨, 김치 등을 앞세워 지난해 5조원 가까운 매출을 미국에서 올렸다. 미국 전역에 2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의 뚜레쥬르에선 현지의 식사용 빵과 차별화하는 한국식 생크림 케이크(클라우드 케이크)와 우유크림빵, 단팥빵, 김치크로켓, 꽈배기도넛 등이 인기다.
곳곳에 마련된 크고 작은 무대에서는 K팝 아이돌이 관객과 만났다. 행사장 메인을 차지한 올리브영 페스타는 가운데에 실제 올리브영 매장을 구현하고, 주변은 홍대·명동·성수·강남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관광지를 테마로 꾸몄다.
미국 올리브영에 입점한 55개 브랜드가 모였다.
실제 매장에서처럼 피부 상태를 측정해 제품을 추천하는 ‘스킨 스캔’, 퍼스널컬러를 진단하는 ‘마이 컬러 바이브’ 등 체험 코너가 특히 인기였다.
K팝 팬으로 시작해 한국 상품으로 관심이 넓어졌다는 브리아나와 사바나는 한국에서 피부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K뷰티를 접하면서 내 피부 유형에 어떤 제품이 맞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한국 화장품은 특히 선크림, 클렌징폼, 마스크팩, 세럼·에센스 등 세분화한 기초화장품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4일 올리브영 미국 1호점인 패서디나점에서 만난 브룩은 K뷰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로 ‘글라스 스킨’, 즉 ‘유리같이 맑고 투명한 피부’를 꼽았다.
브룩은 제품을 한 번 써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한국 여행 때 올리브영에서 산 클렌저와 보습제가 다 떨어지자, 미국에 올리브영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색조화장품 위주인 현지 제품과 차별화한 한국 화장품의 강점이 지속적 판매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하층에 마련된 ‘K-컬렉션’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서 지원받은 뷰티·식품·패션·생활용품 업종 중소기업 40곳이 부스를 차렸다. 참가 업체들은 잠재적 해외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홍보하는 동시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도움으로 해외 바이어들과 사업 상담도 진행한다.
화장품 브랜드 아리얼(Ariul)도 ‘K-컬렉션’에 참여한 중소기업 중 하나다. 스킨케어 제품이 강점인 이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최근 연 20% 이상 성장 중이다.
정기용 아리얼 미주사업본부장은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K뷰티로 인기가 이어졌다”며 “한국 화장품이 미국 제품에 비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해가 지자 관람객의 발길은 LA 컨벤션센터 맞은편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향했다. 이곳에서 KCON의 메인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콘서트가 3일 저녁 내내 열렸다. 공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응원봉을 든 팬들이 바닥에 앉아 입장을 기다렸다. 본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공연장은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낮에는 한국 화장품을 발라보고 한국 음식을 맛봤던 관람객들이 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가수의 무대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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