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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결혼이 사랑의 완성? 그건 낭만적 환상···1990년대생이 말하는 정의는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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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연락처 작성일26-08-22 12:19 관리자답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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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안정
안희제 지음 | 한겨레출판 | 356쪽 | 2만1000원
공주와 왕자가 등장하는 옛 동화의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암시하는 것은 결혼이다. 미혼 시절의 모험과 역경은 결혼과 함께 모두 사라지고, 이제 천국에 온 듯한 영원한 행복이 이어진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쏟아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목표는 커플 매칭이다. 출연 이후 ‘현커’(현실 커플)가 된 이들이 실제로 결혼했다는 소식은 연예 매체를 통해 전해진다. 사탕 발린 예능이 진지한 다큐멘터리가 된 듯 시청자들은 흥미로워한다.
정말 결혼은 청년기의 모든 고난과 방황에 종지부를 찍는 최종 해결책일까. 태어나서 교육받고 직장을 가지고 결국 결혼에 이르지 못하면 어른으로서의 ‘1인분’을 못하는 걸까. 젊은 문화인류학 연구자 안희제는 자신과 같은 1990년대생 청년 9명을 만나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들의 말을 분석하고 머뭇대는 지점을 포착하고 말하지 않은 것을 상상했다.
저자가 만난 청년들은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라고 여기는 낭만적 관점만을 고수하진 않았다. 사회복지사, 변호사, 프리랜서, 구직자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이뤄진 인터뷰이들은 결혼의 현실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이 결혼을 언급할 때 ‘사랑’보다 더 많이 나온 단어는 ‘안정’이었다. 결혼이란 언제 휘발될지 모르는 취약한 연애 감정에 대한 법적 구속이자, 부동산 등 경제적 비용을 관리하기 위한 경제적 선택이며, ‘정상적’인 삶의 최저선이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단순히 어떤 사랑, 연애의 감정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혼인신고가 필요하다는 이유도 (…) 그 제도적 구속이 묶어주는 안정감이 세상에 많지 않잖아.” “‘유부남이에요’라는 대답을 하고 싶지, ‘아 저희 사실혼이에요’ 이러면 이상해.” 이들에게 결혼은 부부 사이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보험’ 같은 것이었다. 저자는 청년들의 대답에서 “결혼이 하는 일은 사랑을 지키는 것보다 안정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읽는다.
다만 저자는 “결혼이 안정의 가장 효율적인 장치인 이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결혼이 특정한 형태의 관계만을 안정적인 것으로 규정하기 때문” 아니냐고 묻는다. 일종의 순환논증이 ‘결혼’과 ‘안정’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둘러싼 고정관념이 강요될 때 문제가 불거진다. 예를 들어 “제가 인정하거나 제가 인정하지 않는 것과 상관없이 여성이 서른다섯 넘으면 결혼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같은 대답이다. 인터뷰이는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기준이 자신에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지 못한다. 결혼에 연루되는 성별 고정관념도 그렇다. 남성의 경우 결혼은 한 가정을 먹여 살릴 돈을 벌어오는 가장이 되는 일이며, 결혼하지 못한 사람은 ‘남성’이지만 ‘남자’는 아니다. 남편이 아내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은 남성에게는 자격지심을, 여성에게는 남성을 압도하지 않을 정도로만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미묘한 입장을 강요한다. 과거의 산업화 시대에조차 남성이 홀로 가족을 부양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한 가정을 부양할 수 있는 가장으로서 남성에 대한 요구는 특히 결혼을 중심으로 여전히 강고하다”.
결혼은 소득·재산·주거의 문제를 아우르는 경제적 안정, 파트너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관계적 안정, 스스로 생각하는 자격조건을 채웠다고 여기게 하는 심리적 안정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수단은 수단일 뿐’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특수한 시대적, 지역적, 경제적 발명인 핵가족을 동물적 본능의 차원으로 이해하게 하는 이유는 지금 한국에서 핵가족만이 임신-출산-육아, 그리고 이것 너머 생애 전반의 경제적, 관계적 측면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성하는 유일한 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수단은 목적일 수 없지만, 결혼은 목적이 됨으로써 인식의 도치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철학자 에바 페더 키테이의 말을 빌려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쓰면서 상대가 주어진 조건 안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탐색하고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피어남’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를 피어나게 했던 이들이 결혼과 동시에 무언가를 체념한다면,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만약 “결혼을 통해 이룬 가족 안에서만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남은 모든 삶을 바로 그 가족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것”이 강요되거나,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고 선전되는 가족이 정작 사회를 구성하는 무수한 연결들로부터 가족을 도려”낸다면 결혼이라는 수단의 효능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저자가 결혼 제도를 통째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잇단 투병과 사망의 와중에 큰 힘이 되어준 남성과 결혼을 결심한 사례, 자신의 투병·학업·취업 과정에서 ‘드라이브’를 걸어준 남성과 결혼하기로 한 사례 등은 ‘자연스러운 방향’이었다고 본다. 다만 이들도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이 필요했을 뿐, 결혼 자체를 중시하진 않았다.
저자 주변의 구체적인 사례로 출발하지만, 주디스 버틀러와 에바 일루즈의 페미니즘·사회학을 이론적 배경으로 삼고 한강·임솔아의 문학과 박찬욱·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까지 폭넓게 끌어온다. 인터뷰에 응한 청년들이 보여준 결혼에 대한 인식의 생생함에 비해, “결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안정과 믿음”이나 “다른 관계들과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관계의 틀”은 이론적으로만 제시됐다는 인상도 든다. 저자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그러한 대안적 관계와 제도에 대한 사회적 상상과 실천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창작은 사회적 권리를 발생시키는 노동이다.”
프랑스 문화부 예술창작총국(DGCA)이 밝힌 예술인 사회보장제도의 첫 번째 원칙이다. 프랑스는 예술인의 사회적 권리를 일찍부터 제도로 보장해왔다. 예술인을 별도의 지원 대상으로 두기보다 예술노동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보편적 사회보장 체계 안에 편입해왔다. 이 같은 프랑스 모델은 한국의 예술인 사회안전망 제도가 나아갈 방향에도 시사점을 준다. 이 제도가 어떤 철학에서 출발해 어떻게 운영되고 변화해왔는지를 DGCA에 서면으로 물었다.
프랑스 예술인 사회보장제도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점진적으로 구축됐다. 1930년대 영화산업 성장과 함께 단기 프로젝트를 오가는 공연예술인을 보호하기 위한 ‘앵테르미탕’(intermittent·공연예술 간헐적 근로자 제도)이 등장했고, 1945년 국가 사회보장제도가 만들어진 뒤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1964년에는 시각·조형·그래픽 분야 예술인을 위한 보호제도가 마련됐으며, 1975년에는 문인과 사진작가 등 저작권을 창출하는 ‘아르티스트 오퇴르’(artiste-auteur·독립 창작자) 전반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DGCA는 제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예술가를 일반 사회보장 시스템에 통합하면서도 예술 직종의 특수성에 맞게 규정을 조정한 점”이라고 밝혔다.
핵심 원칙은 세 가지다. 예술창작을 사회적 권리를 발생시키는 노동으로 인정하고, 불규칙한 소득 구조에 맞춰 사회보험을 조정하며, 질병·퇴직·가족 수당과 실업보험 등으로 고용 불안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예술창작을 “집단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공익적 활동”으로 본다는 인식이 있다. 창작이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인 만큼 예술인에게 시혜적 지원이 아닌 그 특성에 맞게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조정해 적용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예술가’를 하나의 단일한 신분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창작물을 만들고 저작권이나 작품 활용으로 소득을 얻는 아르티스트 오퇴르와, 고용계약을 하고 작품을 실연하는 배우·무용수 등 공연예술인은 서로 다른 법 체계의 적용을 받는다. 전자는 지식재산권법·사회보장법, 후자는 노동법을 기반으로 한다.
공공기관은 체계적 운영을 위해 역할도 분담돼 있다. 문화부가 정책 방향을 정하고 관계기관을 조율한다면 사회보험료 징수와 소득 신고는 ‘유르사프 리무쟁’(URSSAF Limousin)이 단일 창구로 담당한다. 건강보험은 CNAM, 기본연금은 CNAV, 예술가·작가 추가연금은 IRCEC, 공연예술인 실업보험은 프랑스 트라바이(France Travail), 직업훈련은 AFDAS가 각각 맡는다. 여러 전문기관이 역할을 나눠 하나의 사회보장망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프랑스에는 약 35만명의 예술가·작가가 예술 관련 소득을 사회보험 체계에 신고하고 있으며, 매년 12만5000~13만명의 공연예술 종사자가 앵테르미탕으로 실업급여 혜택을 받고 있다. 재원은 고용주와 근로자, 예술인들이 납부하는 사회보험료와 기여금, 실업보험의 연대기금을 통해 마련된다.
논쟁도 있다. 공연예술인의 ‘비활동 기간’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가가 대표적인 문제다. 앵테르미탕은 12개월 동안 507시간의 인정 노동을 충족한 공연예술인에게 수입이 없는 실업 기간에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전해준다. ‘507시간’ 기준을 둘러싸고 ‘강화’와 ‘완화’를 요구하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관해 DGCA는 “실업보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공연예술 분야의 구조적 고용 단절을 보완하는 장치”라고 밝혔다. 고용계약이 이뤄지고 보수를 받으며 사회보험료가 납부되고 급여 명세서에 기록된 유급 시간에 한해 노동시간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역시 디지털 창작과 인공지능(AI) 등 기술적 변화에 따른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DGCA는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는 저작물의 보호, AI 기반 창작물의 법적 분류, 새로운 디지털 창작 직종에 기존 제도를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궁극적 목표는 기술 변화에도 사회적 보호와 인간의 창작 활동 간 연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술가가 불규칙한 소득 때문에 창작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회적 위험을 공동으로 분담하고,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예술인 제도의 핵심이다. DGCA는 “문화와 창조 산업의 활력을 높이고 예술가들의 전문성과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빌라촌. 주차금지 글씨가 새겨진 건물 앞 도로의 황색 점선 위로 승용차 1대가 멈춰 섰다. 도로교통법상 황색 점선은 5분 미만 정차만 가능하고 그 이상 주차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해당 차량은 1시간 넘은 주차에도 단속되지 않았다. 먹자골목이 있는 송파구 가락동 일대에는 주차 허용 시간이 아닌데도 도로의 황색 실선 위에 차량 4대가 2시간가량 단속 없이 주차돼 있었다.
20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송파구는 구청장이 취임한 지난달 1일부터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금지 구역의 단속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일반·이면도로를 대상으로 한 주·정차 단속을 완화하고 주말·공휴일은 단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서민 경제를 활성화하고 만성적인 도시 주차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이다. 어린이보호구역·보도·소화전·횡단보도·교차로 모퉁이·안전지대·소방차 통행로·버스정류장 등 ‘8대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에 대한 단속은 유지했다.
이에 따라 송파구에서는 도로교통법상 주·정차가 제한되는 일반·이면도로의 황색 점선·실선 위 주차는 단속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도로교통법은 황색 점선 위에서 5분 초과 주차를 금지하며, 황색 실선 위 주·정차는 허용 시간 이외에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법상 단속 권한을 위임받은 송파구청은 황색 점선·실선 위 주·정차에 대해 ‘명백한 교통 방해·위해’가 아니면 단속하지 않는 상황이다.
송파구 주민들은 이런 주·정차 단속 완화 조치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삼전동 주민 이모씨(37)는 “도로가 좁은 데다 어린이들이 차 사이로 튀어나올 수 있어 위험한데 단속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빌라 사는 사람들의 집 앞은 주차장이 된다”고 말했다.
김환씨(65)는 “나도 장사하는 처지지만 10분 이상 주차를 단속하지 않겠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송파구청 민원 게시판과 송파구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주민들의 관련 불만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송파구청이 단속 대신 추진하겠다고 밝힌 계도 조치도 소극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파구청 주차단속반 관계자는 “주차 관련 민원이 하루에 300건 가까이 들어온다”며 “불법 차량에 계도장도 붙이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차단속반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와도 8대 금지구역이 아니면 주·정차된 차량 사진을 찍은 후 보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청의 단속 완화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지호 가천대 스마트시티학과 교수는 “불법 주·정차는 단순 주민 불편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안전을 고려해 금지하는 측면도 크다”며 “단속에 예외를 두는 건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단속 권한을 위임받은 지자체의 행정 재량으로 볼 수 있어, 위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파구청은 단속 완화 논란에 대해 “이번 조치가 ‘어디에나 주차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며 “8대 금지구역이나 명백한 교통 방해 및 안전 위협 차량은 지금도 단속 대상”이라고 밝혔다. 송파구청은 “상권 활성화라는 정책 취지가 주민 일상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정책을 되돌리기보다는 주민 통행이나 진입로를 가로막는 명백한 방해 유형에 대해 현장 확인과 단속을 강화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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